기약없는 기다림은 아니었다. 특별한 날을 더욱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존재란걸 알고 있었고 모두가 환호하는 일이였으므로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이 이상했다.
뺨이 얼듯이 차가웠던 바람이 조금 잦아들다 싶더니 하늘은 구름이 가득 차 이른 시간인데도 어둑해졌다. 도로의 사람들은 평소와 달리 매섭지 않았고 들뜬 얼굴을 하고 각자의 행선지를 바라보고 있었다. 일행을 만난 행인이 건네는 인사를 들으며 무심코 학교를 향해 움직이던 몸은 그 때 처음으로 오늘을 인지했다.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날짜이지만 특별하게 인지 하지 못했던 날. 휴일임을 자각 후 갈길을 잃은 체 시선을 돌리자 거리 위의 상가의 창속에 거뭇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멀뚱히 서있었다. 그 옆에는 함께 식사를 나눠먹는 이들의 모습이 화면으로 비춰졌고 붉은 장신구와 색색의 전구들의 화려한 모습이 낯익기도 낯설게도 다가왔다.
눈 내리는건 재밌어.
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하잖아.
눈구름을 많이 만들어야해서 조금 바쁠거야.
별 거 아닌 날이였다. 늘 만나고 있었지만 별다른 약속은 없었고 둘 중 하나가 찾아가면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날 중 하나에 나눈 대화였다. 혼자 보낼거라 생각했던 날의 일정이였을 텐데 얼떨떨한 얼굴이 지어져 급히 힘내라며 대답하고 웃음을 그려냈다. 이 후 찾아본 기상정보에 눈그림이 그려진걸 보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상대를 떠올렸고 여기저기 붙여진 빨간 장식에 붉은 머리칼을 한 번 더 나무들을 장식한 전구들을 보고 웃는 눈매를 또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다가 온통 그 아이가 가득해졌다. 노트 구석에 언제 적은지도 모르는 이름을 지우며 천천히 감정을 가라앉혔던게 날짜마저 잊게 만든 모양이였다.
코끝에 톡. 뺨에. 천천히 흰 눈이 내렸다.
메리크리스마스.
눈송이는 가득해지는데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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